대게를 처음 드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가 몸통부터 까시는 겁니다. 몸통을 먼저 열면 게장의 강한 감칠맛이 입에 남아서, 이후에 먹는 다리 살의 섬세한 단맛이 묻힙니다. 25년 동안 매장에서 손님들께 안내해드리는 먹는 순서가 있습니다. 이 순서대로 드시면 부위마다 다른 맛이 훨씬 선명하게 잡힙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집게발 → 가는 다리(4번·5번 다리) → 굵은 다리(1번·2번 다리) → 몸통 → 게장(내장). 맛의 강도가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올라가는 순서입니다. 와인 테이스팅에서 가벼운 화이트부터 시작해서 무거운 레드로 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각 부위의 고유한 맛이 정확히 느껴집니다.

다리 번호 기준
다리 번호부터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몸통을 위에서 봤을 때 집게발 바로 옆에 붙은 게 1번이고, 뒤로 가면서 2번, 3번, 4번, 5번입니다. 좌우 각각 5개씩 총 10개. 1번이 가장 굵고 5번으로 갈수록 가늘어집니다. 매장에서 손님이 '몇 번 다리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물으시면 저는 이 기준으로 답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대게는 식으면 맛이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살의 단맛을 내는 성분이 따뜻할 때 가장 선명하게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찜기에서 꺼내고 15분 안이 가장 좋습니다. 여럿이 드실 때는 한 번에 다 까놓지 마세요. 한 마리씩 까면서 드셔야 마지막 다리까지 따뜻합니다.

집게발부터 시작합니다. 집게발은 살이 가장 적지만, 식감이 쫄깃하고 맛이 가볍습니다. 워밍업용. 집게발 끝을 잡고 반대쪽을 꺾으면 관절이 분리됩니다. 안쪽의 얇은 살을 쏙 빼서 드세요. 양이 적어도 이 부위의 쫄깃함이 대게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다음은 가는 다리입니다. 대게 다리 10개 중 뒤쪽의 가느다란 다리(4번·5번)부터 갑니다. 가위로 다리 옆면을 세로로 한 줄 자르면 껍질이 열리면서 살이 보입니다. 젓가락으로 밀면 살이 통째로 밀려 나옵니다. 좋은 등급(A급 이상)이면 살이 꽉 차 있어서 톡 하면 빠집니다. 이게 안 되면 등급이 낮은 겁니다.

굵은 다리(1번·2번)는 대게의 메인 이벤트입니다. 관절 마디를 잡고 반대 방향으로 꺾으면 '뚝' 소리와 함께 분리됩니다. 가위로 세로 한 줄 자르면 성인 검지 굵기의 하얀 살이 통째로 나옵니다. 이 순간이 대게의 하이라이트. 입에 넣으면 바다 향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퍼지는데, 이 단맛은 설탕의 단맛과 전혀 다릅니다. 아미노산에서 오는 감칠맛 섞인 단맛.
몸통은 다리를 다 먹은 후에 엽니다. 등껍질과 몸통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면 분리됩니다. 몸통 안쪽에 하얀 살이 벽면처럼 박혀 있는데, 젓가락으로 파내면 됩니다. 다리 살보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식감. 양이 많지는 않지만 맛의 농도가 가장 높은 부분입니다.

마지막, 게장(내장). 등껍질 안에 노란빛의 내장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게 게장이고, 킹크랩에서는 이만큼 나오지 않는 부위입니다. 킹크랩에는 이게 거의 없습니다. 게장을 밥 위에 올리고 참기름 한 방울, 김 부순 것, 깨를 뿌려서 비비면 게딱지 비빔밥. 매장에서는 이걸 별도 메뉴(₩4,000)로 제공합니다. 25년 동안 대게를 마무리하는 가장 맛있는 방법은 결국 이 비빔밥이었습니다.
소스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초장, 간장, 겨자소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좋은 등급(A급 이상)의 활대게는 아무것도 안 찍고 드시는 걸 강력히 권합니다. 살 자체의 단맛과 바다 향이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방식입니다. 소스는 B급 이하 등급에서 비린맛이나 밋밋함을 보완하는 보조 역할이지, 좋은 대게에서는 오히려 고유한 맛을 가립니다. 처음이시면 첫 다리 하나만 아무것도 안 찍고 드셔보세요. 그 단맛이 대게의 진짜 맛입니다.

대게를 드실 때 준비해두면 좋은 도구가 있습니다. 주방 가위(다리 자르기), 게 집게 또는 호두까기(집게발 깨기), 젓가락(살 빼기), 물티슈(손 닦기). 매장에서는 전부 제공하지만 택배로 받아 집에서 드실 때는 미리 준비해두세요. 특히 주방 가위는 필수입니다. 손으로 꺾어서 까시면 껍질 파편이 살에 박혀서 먹기 불편합니다.
아이와 함께 드시는 가족 식사의 경우, 대게 살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단맛이 나서 보통 만 3세 이상이면 잘 드십니다. 다만 껍질 파편 주의가 필요하므로 어른이 살을 발라서 접시에 담아주시는 게 안전합니다. 알레르기,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으시면 당연히 드시면 안 됩니다. 처음 드시는 아이라면 소량(다리 살 1~2점)부터 시작해서 반응을 확인하시는 걸 권합니다.

다 드시고 남은 껍질도 버리지 마세요. 다리 껍질과 몸통 껍질을 냄비에 넣고 물 1리터에 30분 끓이면 깊은 해물 육수가 나옵니다. 이 육수로 라면을 끓이면 시중의 어떤 해물라면도 못 따라오는 맛이 됩니다. 대게 한 마리로 찜 → 게딱지 비빔밥 → 해물 육수 라면까지 삼단 활용이 가능합니다.
먹는 순서에 이유가 있다

순서를 지키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를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미각은 앞에 먹은 것에 영향을 받습니다. 강한 맛을 먼저 보면 그다음에 오는 섬세한 맛이 묻힙니다. 이건 훈련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생리적인 부분입니다.
그래서 약한 것부터 강한 것으로 올라가는 배열이 나옵니다. 이 원리는 대게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코스 요리 전반에 쓰입니다.

게장을 마지막에 두는 게 그래서입니다. 게장은 이 상에서 가장 강한 맛입니다. 먼저 드시면 이후에 오는 다리 살이 밋밋하게 느껴집니다.
도구와 자르는 요령

가위를 쓰시라고 권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손으로 꺾으면 껍질이 불규칙하게 갈라지면서 파편이 살에 박힙니다. 먹다가 껍질이 씹히면 그 순간 흐름이 끊깁니다.
가위는 껍질 옆면을 따라 한 줄로 넣으시면 됩니다. 위아래로 두 번 자르실 필요 없습니다. 한 줄만 열려도 젓가락으로 밀면 살이 통째로 나옵니다.
살이 잘 안 빠지면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덜 익었거나 과하게 익었거나. 덜 익으면 물러서 뭉개지고, 과하게 익으면 껍질에 들러붙습니다.
적정 시점은 다리 하나를 잘라보시면 압니다. 흰 살이 결대로 갈라지면 다 된 것입니다. 반투명하게 남아 있으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찌실 때 배가 위로 가도록 뒤집어 넣으시는 게 중요합니다. 이 자세 하나로 게장 손실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냥 두시면 익는 동안 흘러나옵니다.
물이 끓기 시작한 뒤에 시간을 재셔야 합니다. 찬물부터 시간을 재시면 실제 조리 시간이 짧아집니다. 이 부분에서 착오가 자주 생깁니다.
뚜껑을 중간에 열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열 때마다 온도가 떨어지고, 그만큼 시간이 늘어납니다. 늘어난 시간을 감으로 보정하면 결과가 흔들립니다.
건져내고 나서 잠깐 두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이 빠지면서 살과 껍질 사이가 헐거워집니다. 이 몇 분을 건너뛰시면 발라내다가 살이 끊깁니다.
소스를 쓸 것인가
소스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좋은 상태의 개체는 아무것도 안 찍는 쪽이 낫습니다. 소스는 부족한 부분을 덮는 역할입니다. 덮을 게 없으면 가리기만 합니다.
그래도 궁금하시면 첫 다리 하나만 아무것도 없이 드셔보시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소스를 쓰실지 정하시는 게 순서에 맞습니다.
남은 껍질 활용
남은 껍질로 국물을 내시는 것까지 하시면 한 마리를 온전히 쓰신 겁니다. 물에 삼십 분이면 충분합니다. 오래 끓이면 오히려 텁텁해집니다.
국물에 소금을 처음부터 넣지 마시고 마지막에 맞추시는 게 좋습니다. 졸아들면서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처음에 맞추면 짜집니다.
여럿이 드실 때는 한 사람이 계속 발라주시는 것보다 각자 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발라주는 분은 정작 못 드십니다. 가위를 인원수만큼 놓아드리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매장에서도 자리마다 따로 놓습니다.
앞치마를 권합니다. 다리를 꺾을 때 국물이 튑니다. 흰옷을 입고 오셨다가 곤란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매장에는 준비돼 있고, 집에서 드실 때도 수건 한 장 무릎에 올려두시면 훨씬 편합니다.
물티슈보다 따뜻한 물수건이 낫습니다. 손에 묻은 것이 기름기라 찬물이나 물티슈로는 잘 안 지워집니다. 다 드시고 나서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시면 금방 정리됩니다. 레몬 한 조각을 띄우시면 냄새까지 잡힙니다.
남은 살을 다음 날 쓰실 거면 껍질에서 다 발라내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하시는 게 좋습니다. 껍질째 두면 냄새가 배고 수분도 빠집니다. 다음 날 볶음밥이나 파스타에 넣으시면 한 끼가 더 나옵니다.
초장을 찍어 드시는 분과 그냥 드시는 분이 갈립니다. 처음 몇 점은 아무것도 찍지 말고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그날 물건이 어떤지가 그때 드러납니다. 소스를 찍으면 그 차이가 덮입니다.
게장을 못 드시는 분도 계십니다. 향이 강해서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게장을 따로 덜어두고 다리살만 드시면 됩니다. 억지로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게장을 좋아하시는 분께 몰아드리면 그분이 좋아하십니다.
먹는 순서를 굳이 지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다리부터 드시고 몸통을 나중에 두시면 마무리가 자연스럽습니다. 몸통 안쪽 게장으로 밥을 비비는 게 대체로 마지막 순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뜨거울 때 드셔야 맛있다는 말이 반은 맞습니다. 너무 뜨거우면 단맛이 잘 안 느껴집니다. 살짝 식었을 때가 오히려 결이 살아 있고 단맛이 뚜렷합니다. 급하게 드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리 마디마다 살의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몸통에 가까운 쪽이 굵고 부드럽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고 쫄깃합니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취향이라 가족끼리도 갈립니다.
몸통 안쪽은 발라내기가 번거로워서 그냥 두시는 분이 많습니다. 다리 사이사이에 살이 꽤 들어 있습니다. 반으로 쪼개서 손으로 뜯으시면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다 드시고 나서 껍질을 바로 버리지 마시고 한 번 훑어보십시오. 놓친 부분이 대개 두세 군데는 나옵니다.
껍질을 모아 국물을 내실 거면 그날 바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하루 두면 냄새가 납니다. 바로 못 하실 상황이면 봉지에 담아 냉동해두셨다가 나중에 쓰시면 됩니다.
먹는 법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몇 가지만 알고 계시면 같은 물건으로 훨씬 잘 드십니다.
매장에 오시면 첫 마디는 제가 시연해드립니다. 보시고 나면 대부분 그날 바로 익히십니다. 집에서 하실 때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사진 보내주셔도 됩니다.
정리하면 순서, 도구, 조리 시점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만 지키시면 같은 물건으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알고 계시면 되는 것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