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께서 '활킹크랩을 시켰는데 등껍질 색이 사진과 좀 달랐다'고 카톡을 보내주시는 경우가 한 달에 두세 번씩 있습니다. 사진에는 진한 빨간색이었는데 받은 건 푸르스름한 회색이었다, 혹은 가시가 유독 많아 보였다 — 이런 코멘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진과 다른 게 아니라 활킹크랩이 한 종이 아닙니다. 식용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활킹크랩은 세 종류가 다 다른 종이고, 등껍질의 돌기 수와 색만 봐도 0.5초 안에 구별이 됩니다. 25년 동안 매장 1층 수조 앞에서 손님께 같은 시범을 보여드린 결과를 한 글에 정리합니다. 매장 방문 전에 한 번 읽어두시면 수조 앞에서 직접 비교하실 때 훨씬 빠르게 머리에 들어옵니다.
활킹크랩 식용 3종은 학명이 모두 다릅니다. 단맛이 가장 강한 레드킹크랩은 Paralithodes camtschaticus, 푸른빛이 도는 블루킹크랩은 Paralithodes platypus, 잔가시가 많은 골든킹크랩은 Lithodes aequispinus입니다. 학명은 외울 필요 없습니다. 가장 빠른 식별법은 등껍질 가운데에 박힌 큰 돌기 수입니다. 레드는 등딱지 위쪽에 큰 돌기가 6개, 블루는 그 수가 4개로 줄어들고, 골든은 큰 돌기 대신 잔가시가 빼곡합니다. 매장 수조 앞에서 손님께 손가락으로 한 번 짚어드리면 그 자리에서 다 외워가십니다. 색깔만으로는 조명이나 그날 살아있는 컨디션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게 보이지만, 돌기 수는 어떤 조건에서도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을 구별할 때는 돌기 수가 가장 정확합니다.

레드킹크랩(왕게)은 단맛이 가장 강하고 육즙이 가장 풍부합니다. 매장에서 가장 많이 추천드리는 종이고, 처음 활킹크랩을 드시는 분께도 기본값으로 권하는 종입니다. 원래 서식지는 베링해와 알래스카·캄차카 일대인데, 1960년대에 러시아가 노르웨이 무르만스크 인근 바렌츠해로 인공 이식한 이후로 그 해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잡힙니다(노르웨이 측 MSC 인증 어장 기록 기준). 러시아가 전세계 레드킹크랩 어획 쿼터의 약 94%를 보유하고 있어서, 한국 매장 수조에 들어오는 레드의 대부분이 러시아·캄차카·바렌츠해 산지에서 출발한 개체입니다. 매장 단가 기준으로 3종 중에 가장 비싸지만, 살을 발랐을 때 단맛의 깊이가 다른 두 종과 분명한 차이가 납니다.
블루킹크랩(청색왕게)은 등껍질이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이라 다른 두 종과는 색만 봐도 즉시 구별이 됩니다. 산지는 일본 홋카이도와 오호츠크해, 시베리아 연안, 베링해의 St. Matthew 섬·Pribilof 제도 일대로 어획 가능 해역이 좁아서, 전세계 어획량의 거의 100%가 러시아 어장에서 잡힙니다. 살을 발라 입에 넣으면 레드의 직선적인 단맛과는 다른 약한 버터향이 살짝 도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회나 단순 찜으로 드시는 손님 중 일부는 레드보다 블루를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매장 단가는 보통 레드의 80% 선이고, 노르웨이 노선이 풀리는 시기에는 들어오는 양이 한 주에 들쭉날쭉합니다. 블루가 들어와 있는 주에 매장에 오시면 운이 좋은 셈입니다.

골든킹크랩(브라운·황색왕게)은 등껍질이 갈색이고 잔가시가 빼곡한 게 다른 두 종과 가장 큰 시각적 차이입니다. 산지는 알류샨 열도와 알래스카 일대, 러시아 극동, 일본 근해까지 분포가 가장 넓습니다. 다른 두 종에 비해 매장 단가가 레드의 60% 선까지 떨어지는 시기가 있어서 가성비를 가장 우선하시는 단골이 자주 찾는 종이기도 합니다. 살의 단맛은 레드만큼 강하지 않지만 수율(가식부 비율)이 안정적이고, 다리 굵기도 레드와 큰 차이가 없어서 회식·답례품·골프장 식사용으로 골든킹크랩을 매년 같은 시기에 주문하시는 단골이 한 해에 30~40분 정도 됩니다. 골든은 가성비파의 정답에 가깝습니다.
한국에 들어오는 활킹크랩의 종별 비중은 한쪽으로 크게 쏠려 있습니다. 관세청과 한국수산무역협회 통계 기준으로 작년 한 해 한국에 수입된 활킹크랩이 약 4,900톤이었고, 그중 약 97%가 러시아산이었습니다. 노르웨이산이 약 3%, 그 외 미국·일본산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산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85% 급증한 분기가 있었다는 어민신문 보도가 있는데, 한국 시장이 러시아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분산하려는 흐름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매장 단위에서 체감하기로는, 노르웨이 노선이 풀리면 들어오는 양이 한 주 안에서도 들쭉날쭉합니다. 결과적으로 매장 수조에 들어와 있는 종 비중도 그 주의 수입 동향에 그대로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매장 수조에 어느 날 어떤 종이 들어와 있는지는 매일 다릅니다. 5월부터 7월 사이 마가단·캄차카 노선이 활발한 시기에는 블루와 골든의 비중이 평소보다 약간 높아지고, 9월부터 12월 사이에는 레드가 중심이 됩니다. 어제 들어온 종과 오늘 들어와 있는 종이 완전히 다른 날도 자주 있습니다. 단골 중에는 매장 방문 전에 카톡으로 '오늘 무슨 종 있나요?' 한 줄 보내고 오시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어느 종이 더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 매장 수조 앞에서 직접 보시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시는 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동선입니다. 사진으로만 결정하시면 받으셨을 때 색·돌기 수의 차이로 놀라실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같은 2kg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살의 양도 종별로 다릅니다. 매장 손질대에서 100마리 가까이 측정한 평균치 기준으로 레드는 약 760g(약 38%), 블루는 약 720g(약 36%), 골든은 약 700g(약 35%) 정도가 가식부 비율로 잡힙니다. 표면적인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가족 4인 식탁에서 한 마리를 나눈다고 가정하면 1인당 살의 양이 15g 안팎 달라지고, 단맛의 깊이까지 함께 고려하면 체감 차이는 그 이상입니다. 가격이 가장 싼 골든이 무조건 가성비가 좋은 것도 아니고, 가장 비싼 레드가 무조건 정답인 것도 아닙니다. 같은 예산으로 어느 종이 가장 만족스러우실지는 그날 매장에 들어와 있는 컨디션과 인원 구성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처음 활킹크랩을 시도하시는 분이 매장에 오시면 1층 수조 앞에서 사장이 직접 한 종씩 들어 올려 등껍질의 돌기를 손가락으로 짚어드립니다. 그다음 다리 한 쌍을 잡아 무게감과 단단함을 손바닥에 직접 올려보시게 합니다. 이 3분 시범이 끝나면 손님이 그 자리에서 어느 종을 선택하실지 거의 결정하십니다.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은 보통 콤보(레드 1kg + 블루 1kg 또는 골든 1kg)를 시키시고, 회식·단체는 골든을 큰 사이즈로 잡으시는 패턴이 가장 많습니다. 단골 5회차 이상이 되시면 카톡으로 '오늘 들어와 있는 종 중에 추천 부탁드립니다' 한 줄만 보내시면 사장이 그날 수조 컨디션 기준으로 추천드립니다.
정리하면 활킹크랩은 한 종이 아니라 레드·블루·골든 세 종이 다 다른 종입니다. 등껍질의 큰 돌기 6개=레드, 4개=블루, 잔가시 빼곡=골든. 단맛은 레드, 약한 버터향은 블루, 가성비는 골든이 가장 강한 특징이고, 한국에 들어오는 활킹크랩 4,900톤 중 97%가 러시아산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시면 그날 시장 컨디션에 따라 매장 수조에 어떤 종이 들어와 있는지의 변동성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실 겁니다. 오늘 매장에 어떤 종이 들어와 있는지 궁금하시면 카톡으로 '오늘 활킹크랩 종류 알려주세요' 한 줄만 보내주세요. 사장이 그날 수조 상황과 함께 추천을 직접 드립니다. 전화도 됩니다. 매장에 직접 오시면 1층 수조 앞 3분 시범으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비교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