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대게를 검색하면 '박달대게는 대게의 한 종류'라고 설명하는 글이 의외로 많습니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박달대게는 특정 종(species)이 아니라, 살이 꽉 찬 상태를 가리키는 등급 별칭입니다. 이름의 유래는 박달나무. 박달나무는 목재 중에서도 속이 가장 단단하고 치밀해서, 물에 넣으면 가라앉을 정도로 무겁습니다. 대게 중에서도 살이 그만큼 꽉 차서 들었을 때 묵직한 개체를 '박달대게'라 부릅니다. 즉, 어종이 다른 게 아니라 같은 대게(Chionoecetes opilio) 중에서 컨디션이 최상인 개체를 가리키는 겁니다.
25년 동안 매일 새벽 산지에서 활대게를 다루면서 체감하는 등급 체계를 정리합니다.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고, 현장에서 상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분류입니다. (1) 박달급(특A급), 살 충전율 95~100%. 다리 마디를 엄지로 눌러도 안 들어갑니다. 등껍질이 진한 와인색이고 광택이 돕니다. 들었을 때 같은 크기의 일반 대게보다 확연히 무겁습니다. 1년 총 입고량의 5~10%만 해당하며, 시세는 일반 A급 대비 30~50% 높습니다.

(2) 상품급(A급), 살 충전율 80~90%. 청해왕대게 매장에서 출고하는 기본 등급입니다. 다리 살이 끝까지 차 있고, 게장(내장)도 풍부합니다. 들었을 때 적당한 묵직함이 느껴지는 수준. 대부분의 손님이 '살이 꽉 찼다'고 느끼시는 등급입니다. 백화점에서 '특선'이라고 적어두는 등급이 보통 이 수준입니다.
(3) 일반급(B급), 살 충전율 60~75%. 대형 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등급입니다. 다리를 꺾어 보면 살이 80% 정도 차 있는데, 끝부분에 빈 공간이 있습니다. 가격은 A급 대비 20~30% 낮지만, 살의 양으로 환산하면 실질 가성비는 오히려 떨어집니다. '같은 1kg인데 왜 여기는 더 비싸요?'라는 질문의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무게는 같아도 안에 든 살의 양이 다릅니다.

(4) 물대게(C급), 살 충전율 40% 이하. 탈피 직후의 개체로, 새 껍질이 아직 단단해지기 전 상태입니다. 껍질을 누르면 푹 들어가고, 들어 올리면 가볍습니다. 시세는 A급의 절반 이하이지만, 먹을 수 있는 살이 거의 없습니다. 시장에서 '킬로당 OO원'이라는 파격 가격으로 내놓는 대게의 상당수가 이 등급입니다. 싸다고 사시면 받아서 까봤을 때 실망하십니다.
산지에서 박달급을 골라내는 손 기술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다리 마디 테스트. 둘째 마디(가장 굵은 부분)를 엄지와 검지로 양쪽에서 꽉 눌러봅니다. 박달급은 살이 꽉 차서 손가락이 안 들어갑니다. A급은 약간 들어가고, B급은 확실히 눌립니다. 이 감각의 차이를 0.5초 안에 판별하는 게 25년의 기술입니다.

둘째, 배 부분 무게감. 대게를 뒤집어서 배(복갑) 부분을 손바닥에 올려봅니다. 박달급은 게장과 알이 가득 차 있어서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암컷(내자)은 알이 차 있을 때 이 무게감이 확연히 다릅니다. 셋째, 입 거품. 활대게의 입에서 거품이 적당히 나오는 건 활력이 충분하다는 신호입니다. 거품이 아예 안 나오면 활력이 떨어진 것이고, 과도하게 많이 나오면 스트레스 상태. 적당한 양의 거품 = 건강한 개체.
넷째, 등껍질 색상과 광택. 박달급의 등껍질은 진한 와인색 또는 적갈색이고, 표면에 광택이 돕니다. 탈피한 지 오래되어 완전히 성숙한 개체라는 신호입니다. 반면 물대게는 껍질이 밝은 주황색이거나 반투명하고 광택이 없습니다. 이 네 가지를 박스 안 50마리 중 무작위로 5~10마리만 빠르게 체크하면 전체 박스의 등급이 잡힙니다.

시중에 '박달대게'라고 표기하고 실제로는 A급이나 B급을 보내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사이트에 '박달대게 특가'라고 올려놓고 막상 받아보면 살이 80%밖에 안 찬 경우. 진짜 박달급은 연간 어획량의 5~10%뿐이라 사이트에 상시 재고로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매일 새벽 산지에서 그날 잡히는 양이 다르고, 박달급이 아예 없는 날도 많습니다.
박달급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는 3월 말~5월 중순입니다. 산란 직전 영양을 최대로 비축한 개체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잡힙니다. 작년 이 시기 박달급 비율은 전체 입고량의 12~15%. 평소(5~8%)의 두 배 가까이. 수온이 4℃ 아래로 떨어져야 살이 완전히 차오르는데, 동해안 수온이 그 조건을 충족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입니다. 반면 10~11월 시즌 초입에는 박달급이 거의 없습니다. 수온이 아직 높아서 살이 80% 수준이기 때문.

가격 차이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박달급은 일반 A급 대비 30~50% 높습니다. 비싸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살 1g당 환산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습니다. A급 1kg에 살 320g이면 살 1g당 약 ₩244. 박달급 1kg에 살 380g이면 살 1g당 약 ₩276. 차이가 13% 정도인데, 살의 밀도와 단맛 차이는 13%를 훨씬 넘깁니다. 한 번 드셔보신 분들이 '다음에도 박달급만 달라'고 하시는 이유입니다.
청해왕대게에서는 박달급이 입고되는 날 카톡 채널에 등록된 5회차+ 단골에게만 '오늘 박달급 12kg 들어왔습니다, 마리당 1.3kg 예약 받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보통 1~2시간 안에 전량 마감됩니다. 사이트에는 올라오지 않습니다. 박달급을 받으시려면 카톡 채널 추가 → 5회 주문으로 단골 등급 달성이 가장 확실한 경로입니다. 등급이라는 건 결국 '같은 돈으로 얼마나 다른 경험을 하느냐'의 문제이고, 그 차이를 0.5초 만에 골라내는 손이 25년 새벽 선별의 결과입니다.

등급이라는 말의 함정
등급이라는 말이 오해를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식 등급 제도가 있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현장에서 통용되는 분류입니다.

공인된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파는 쪽이 스스로 붙이는 이름이라 같은 말이 가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름보다 실물

그래서 이름보다 실물을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매장에 오시면 직접 눌러보시고 비교하실 수 있습니다.
택배로 받으시는 경우에는 그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출고 전에 어떤 개체가 나가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판별 기준 네 가지
판별 기준을 알아두시면 어디서 사시든 도움이 됩니다. 특정 가게에 유리한 지식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첫째는 다리 마디를 눌러보는 것입니다. 둘째 마디가 가장 정확합니다. 살이 차 있으면 밀리지 않습니다.
둘째는 무게감입니다. 같은 크기인데 유난히 묵직하면 속이 찬 것입니다. 크기만 보시면 안 됩니다.
셋째는 껍질 색과 단단함입니다. 진한 색에 광택이 돌고 껍질이 단단하면 탈피한 지 오래된 개체입니다.
넷째는 활력입니다. 다리를 건드렸을 때 반응이 있고 입 주변에 적당한 거품이 있으면 정상입니다.
이 네 가지가 다 좋아야 상위 등급입니다. 하나만 좋아서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가격이 높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값은 그날 수급 상황에 따라 움직입니다. 비싼 날 산 것이 싼 날 산 것보다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상위 등급은 어획량 자체가 적습니다. 그래서 사이트에 상시로 올려두기가 어렵습니다. 있는 날에만 연락드리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이 등급을 꼭 드셔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일반 등급도 충분히 좋습니다. 차이를 확인해보고 싶으실 때 시도해보시면 됩니다.
같은 이름을 쓰면서 기준이 다른 게 문제입니다. 어느 가게에서 박달이라고 부르는 개체가 다른 가게에서는 그냥 상급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표준이 없으니 각자 자기 기준을 씁니다. 그래서 이름만 듣고 값을 비교하시면 어긋납니다.
물어보실 때는 이름 대신 조건으로 물으시는 게 정확합니다. 마리당 무게가 얼마인지, 다리를 눌렀을 때 어떤지, 등껍질 상태가 어떤지. 이렇게 물으시면 어느 가게든 같은 언어로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껍질 색은 조명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같은 개체를 형광등 아래와 자연광에서 찍으면 다른 물건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사진만 보고 등급을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이름값이 붙는 만큼 실제로 다른지도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상위 등급은 분명히 속이 더 찹니다. 다만 값 차이만큼 맛 차이가 나는지는 자리에 따라 다릅니다. 여럿이 나눠 드시는 자리면 등급보다 총량이 만족도를 더 좌우합니다.
등급이 높다고 크기가 항상 큰 것도 아닙니다. 작아도 속이 꽉 찬 개체가 있고, 커도 비어 있는 개체가 있습니다. 무게만 보고 고르시면 후자를 집게 됩니다. 크기와 밀도는 별개입니다.
선물로 보내실 때는 등급을 올리시는 편이 낫습니다. 받는 분이 손질하시면서 속이 비어 있으면 그 인상이 오래 갑니다. 본인이 드실 거면 등급보다 양을 택하셔도 되지만 선물은 다릅니다.
등급 이름을 안 쓰고 설명하는 가게도 있습니다. 그런 곳이 오히려 정직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을 안 붙이니 실물로 설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박달이라는 말 자체는 나무 이름에서 왔습니다. 속이 단단하게 찬 상태를 그 나무에 빗댄 표현입니다. 등급 체계에서 나온 용어가 아니라 현장에서 쓰던 말이 굳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말을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도 가게마다 다릅니다. 저희는 무게와 밀도, 껍질 상태를 모두 넘긴 개체에만 씁니다. 기준을 낮추면 쓸 수 있는 개체가 늘지만 그러면 말이 의미를 잃습니다.
이 등급에 해당하는 개체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습니다. 그래서 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사이트에 상시 메뉴로 올리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름을 몰라도 고르실 수 있습니다. 다리를 눌러보고 등껍질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오히려 이름을 먼저 알면 그 말에 기대게 되고, 실물을 덜 보게 됩니다.
매장에서 이 등급이라고 말씀드릴 때는 근거를 같이 말씀드립니다. 몇 kg이고 어디를 눌러봤고 껍질이 어떤지입니다. 근거 없이 이름만 말하면 저도 그냥 파는 사람이 됩니다.
손님이 직접 눌러보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제 말을 확인하시는 게 서로에게 낫습니다. 몇 번 만져보시면 굳이 등급 이름을 듣지 않아도 아시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어느 가게에서든 속지 않으십니다.
정리하면 등급은 공식 제도가 아니라 현장 분류이고, 판별은 네 가지 기준으로 하시면 됩니다. 이름보다 실물이 정확합니다. 이 네 가지만 아시면 어디서든 통합니다. 저희 매장에서만 쓰는 기준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통용되는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