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세가 평소 대비 8% 내렸습니다. 지난주 동해안에 풍랑 경보가 한 번도 없어 출항이 늘었고, 그만큼 위판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산지가가 내려간 만큼 손님 가격도 그대로 내려갑니다. 손님들께서 자주 물어보시는 게 '왜 갑자기 가격이 내렸느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5월 셋째 주 동해안에 풍랑 경보가 한 번도 발효되지 않았습니다. 어선 출항이 평년보다 +14% 늘었고, 영덕·울진·후포 위판량이 그만큼 증가했습니다. 어획량이 늘면 산지가가 내려가고, 그게 그대로 우리 시가에 반영됩니다.

백화점·대형 유통은 이런 변동을 한 달 평균으로 평탄화해서 가격을 박아둡니다. 오늘 같은 날 백화점에서 사시면 평소 가격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그날 산지가에 정직한 마진만 붙이기 때문에 좋은 날에는 손님께도 그대로 좋은 가격이 갑니다.
이 시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릅니다. 5월 마지막 주에 풍랑이 한 번 들어오면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가성비 좋을 때 한 박스 받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오늘 값이 내린 이유
오늘 값이 내린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바다가 조용했습니다. 여러 변수가 얽히는 날도 있지만 이번 주는 원인이 단순합니다. 출항이 늘었고 물량이 늘었습니다.

출항이 며칠 이어지면 위판장에 물건이 쌓입니다. 쌓이면 값이 내려갑니다. 이번 주가 그런 경우였고, 그래서 어제와 오늘 값이 다릅니다.
다만 값이 내렸다고 아무 날이나 좋은 건 아닙니다. 물량이 많은 날에도 개체 상태는 제각각입니다. 값이 좋은 날에 상태까지 좋으면 그게 가장 좋은 날인데,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습니다.

고정가를 붙이지 않는 이유
고정 가격을 붙여두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이트에 kg당 얼마라고 박아두면 편합니다. 손님도 저도 계산이 쉽습니다. 그런데 어제 산지가가 낮았던 날에 그 값을 그대로 받으면 그만큼을 더 받은 게 됩니다. 반대로 산지가가 뛴 날에는 팔수록 손해라 등급을 낮추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그 유혹을 애초에 없애려고 시세로 갑니다. 그날 들여온 값에 정해진 마진만 얹습니다. 좋은 날에는 손님께도 그대로 좋은 값이 가고, 나쁜 날에는 솔직하게 비싸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날 비싸면 안 사셔도 됩니다. 며칠 뒤에 다시 물어보시면 됩니다.
대형 유통과 무엇이 다른가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이 왜 이렇게 못 하는지도 이해는 갑니다. 매장이 수백 곳이면 가격표를 매일 바꾸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한 달 평균으로 평탄화합니다. 나쁜 방식이 아니라 규모에 맞는 방식입니다. 다만 그 구조에서는 오늘 같은 날의 이득이 손님께 가지 않습니다.
저희가 매일 바꿀 수 있는 건 규모가 작기 때문입니다. 매장 하나, 사장 하나입니다. 아침에 값을 보고 그 자리에서 정하면 끝입니다. 규모가 작아서 생기는 몇 안 되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사는 게 유리한가
그럼 언제 사는 게 유리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경향은 있습니다. 바다가 잔잔한 날이 며칠 이어진 뒤가 대체로 낫습니다. 반대로 명절 2주 전부터는 수요가 몰려서 어획량과 무관하게 값이 오릅니다. 명절 선물을 계획하신다면 그 구간을 피해 미리 잡으시는 게 유리합니다.

시세를 매일 공지하지 않는 이유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매일 올리면 그 자체가 가격 광고가 됩니다. 값이 내린 날만 골라 올리면 정직하지 않고, 매일 올리면 손님이 값만 보고 판단하시게 됩니다. 그래서 물어보시면 그때 그날 값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방식으로 합니다.
카톡으로 시세만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주문 안 하셔도 됩니다. 오늘 얼마냐고만 물으시는 분도 많고, 그렇게 몇 번 물어보시다가 값이 괜찮은 날 주문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게 이 방식의 정상적인 사용법입니다.

오늘처럼 값이 내린 날은 사실 저도 반갑습니다. 좋은 물건을 좋은 값에 드릴 수 있는 날은 자주 오지 않습니다. 다만 이 값이 며칠 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바다가 한 번 뒤집히면 다음 주에 다시 올라갑니다.
정리하면 오늘 값이 내린 건 지난주 바다가 잔잔했기 때문이고, 그 이득이 그대로 손님께 가는 구조라 그렇습니다. 고정가로 팔았다면 오늘도 어제와 같은 값이었을 겁니다. 값이 매일 다른 게 불편하실 수 있지만, 불편한 만큼 정직한 방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값이 내렸다는 소식을 어떻게 전할지도 고민입니다. 매번 알리면 광고가 되고, 안 알리면 모르고 지나가십니다.
그래서 물어보신 분께만 말씀드리는 방식으로 합니다. 오늘 어떠냐고 물으시면 그날 상황을 그대로 답합니다.
값이 오른 날에도 같은 방식입니다. 오늘은 비싸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날은 안 사셔도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장사를 왜 그렇게 하느냐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비싼 날 안 사시면 매출이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비싼 날 모르고 사신 분은 다음에 안 오십니다. 한 번의 매출과 오래 가는 거래 중에 후자가 낫다고 봅니다.
싼 날 사두는 방법
값이 싼 날 많이 사두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쪄서 냉동해두시면 한 달은 드실 수 있습니다.
다만 냉동은 반드시 익힌 뒤에 하셔야 합니다. 산 채로 얼리시면 해동할 때 물과 함께 맛이 빠져나갑니다.
소분해서 얼리시는 게 좋습니다. 한 덩어리로 얼리면 매번 전체를 녹여야 하고, 반복하면 급격히 나빠집니다.
값이 언제 다시 내릴지는 저도 모릅니다. 바다 상황에 달려 있어서 예측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위판장이 어떻게 도는지 알아두시면 값의 움직임이 이해가 쉽습니다. 배가 들어오면 어획물을 크기와 상태로 나눠 늘어놓고, 그 자리에서 그날 값이 정해집니다. 물량이 많으면 값이 눌리고 적으면 뜁니다. 이게 새벽 몇 시간 안에 끝납니다.
그래서 아침에 늦게 가면 좋은 것은 이미 빠져 있습니다. 값이 싼 날이라도 늦으면 남은 것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값과 상태를 같이 잡으려면 결국 일찍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25년째 새벽에 나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풍랑 기준도 적어두겠습니다. 기상청은 해상 풍랑에 대해 주의보와 경보를 나눠서 발표합니다. 경보가 뜨면 대부분의 어선이 나가지 않고, 주의보만 떠도 소형선은 접습니다. 이 발표는 기상청 해양기상 정보에서 누구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획량 자료도 공개돼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이 위판 실적을 집계해 공표하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도 어업생산 통계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본문에 적은 증감은 매장에서 체감한 값이고, 공식 통계와 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명절 앞 가격 곡선은 매년 비슷하게 그려집니다. 2주 전부터 슬슬 오르고 1주 전에 정점을 찍습니다. 어획량과 상관없이 수요만으로 움직이는 구간입니다. 선물을 계획하고 계시면 이 곡선이 시작되기 전에 잡으시는 게 유리합니다.
등급에 따라서도 값 차이가 큽니다. 같은 날 같은 시장에서도 상급과 보통은 꽤 벌어집니다. 그래서 오늘 얼마냐는 질문에는 어느 등급 기준인지가 같이 붙어야 답이 됩니다. 저는 물어보시면 등급별로 나눠서 말씀드립니다.
값이 오른 날 사례도 하나 적겠습니다. 작년 겨울에 나흘 연속 경보가 뜬 적이 있습니다. 닷새째 되는 날 값이 평소의 배 가까이 붙었습니다. 그날 문의하신 분들께는 지금은 사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흘 뒤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값이 내렸다고 무조건 많이 사시라고 권하지도 않습니다. 드실 만큼만 사시는 게 맞습니다. 냉동해두면 오래 간다고는 하지만, 갓 쪄서 드시는 것과 한 달 뒤에 꺼내 드시는 것은 다릅니다. 이건 값으로 메워지지 않는 차이입니다.
값이 내린 날에 물량이 많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어획량이 늘면 크기가 작은 개체 비율도 같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싼 날일수록 고르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값이 좋은 날과 물건이 좋은 날이 항상 겹치지는 않습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오해가 싼 날이 곧 좋은 날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값과 상태가 따로 움직입니다. 둘 다 좋은 날은 한 달에 며칠뿐이고, 그런 날에는 저도 평소보다 많이 들여옵니다.
반대로 값이 붙었는데 상태가 최고인 날도 있습니다. 이런 날은 값을 말씀드리면서 오늘은 비싼데 물건은 좋다고 같이 말씀드립니다. 판단은 손님이 하시면 됩니다. 정보를 다 드리고 고르시게 하는 게 맞습니다.
값이 흔들리는 폭은 계절마다 다릅니다. 겨울에는 며칠 사이에 크게 뛰기도 하고, 봄에는 비교적 완만합니다. 바다가 거칠어지는 빈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겨울에 값을 물어보시고 며칠 미루셨다가 놀라시는 경우가 이래서 생깁니다.
예약을 걸어두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하시는 값 구간을 말씀해 주시면 그 구간에 들어오는 날 연락드립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급하지 않으시면 이 방식이 가장 유리합니다.
값이 내린 날에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은 물건이 빨리 빠집니다. 그래서 값 소식을 크게 알리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알리면 그날 오신 분들 중 뒤에 오신 분은 남은 것 중에서 고르셔야 합니다.
이 방식이 답답하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미리 알려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지금은 물어보신 분께 정확히 답하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값이 왜 이렇게 자주 바뀌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합니다. 바다가 매일 다르기 때문입니다. 값을 고정하면 그 변동을 저희가 떠안거나 손님이 떠안게 됩니다. 어느 쪽도 좋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 이 방식은 매일 아침 값을 다시 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저희가 지는 구조입니다. 그 대신 좋은 날의 이득이 그대로 갑니다. 번거로움과 정직함을 맞바꾼 셈입니다.
오늘 같은 날이 한 달에 며칠 있습니다. 그 며칠을 잡으시려면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매일 물으실 필요는 없고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몇 번 물어보시다 보면 이 시장의 리듬이 보입니다. 바다가 잔잔했던 주 다음이 대체로 좋습니다. 날씨 예보를 보시면 며칠 뒤가 어떨지도 대략 잡히실 겁니다.
오늘 값이 싸다고 알리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왜 매일 다른지를 한 번 적어두면 다음부터 설명이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구조를 아시면 값을 보는 눈도 같이 생깁니다. 그러면 어디서 사시든 손해를 덜 보십니다.
정리하면 오늘은 조건이 좋은 날이고, 그 이득이 그대로 갑니다. 다음에 언제 이런 날이 올지는 물어보시면 그때 답하겠습니다. 미리 알려드릴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닙니다. 바다가 정하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저는 그날 값을 그대로 전할 뿐입니다. 좋으면 좋다고, 나쁘면 나쁘다고 합니다.
